“속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거실에 울려 퍼지는 뉴스 소리. 박도훈은 치킨 주문 앱을 열어놓고 소파에 늘어져 있었다. 평소처럼 퇴근 후 치킨 한 마리를 뜯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에 기분이 한껏 들떠 있던 찰나였다. 하지만 그 기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앵커는 다급한 목소리로 계속 전했다.
“이번 계엄령은 최근 사회 혼란을 이유로 발효되며, 통행 금지와 배달 서비스 중단이 포함됩니다.”
“배달 서비스 중단? 뭐야… 이거 치킨도 못 먹으라는 소리 아니야?”
도훈은 스마트폰을 다시 확인했다.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순간 그의 눈앞이 아찔해졌다.
“여보,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옆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던 아내 유진이 고개를 돌렸다.
“지금 뉴스에서 계엄령 내렸다잖아. 치킨 배달도 안 된대!”
유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코웃음을 쳤다.
“아니, 계엄령이 내려졌다는데 치킨 걱정부터 해? 정말 대단하다.”
그날 아침,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발표를 했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국민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라는 추상적인 설명만 있을 뿐이었다. TV 뉴스에서는 각종 전문가들이 나와 계엄령의 배경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대단히 심각한 거 같은데… 설마 무슨 전쟁이라도 나나?”
아파트 주민들도 저마다의 상상을 펼치며 웅성거렸다. 하지만 박도훈에게는 단 하나의 문제만이 중요했다.
‘치킨이 없다니… 이건 재난 수준이야.’
도훈은 결국 참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튀김류라도 사 올 요량으로 아파트 정문을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경비원 김순호가 마치 군사 지휘관처럼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박 씨! 지금 어디 가려고?”
“그냥… 잠깐 바람 좀 쐬려고요.”
순호는 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 지금 계엄령 내려졌잖아. 외출 금지야. 밖에 나가면 군인들이 바로 잡아갈 걸?”
도훈은 헛웃음을 지었다.
"경비 아저씨가 이렇게 진지할 줄이야..."
그날 밤, 도훈은 몰래 아파트 뒷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다. 치킨 가게를 직접 찾아가겠다는 비장한 각오였다. 그런데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헬멧을 쓴 한 남자가 나타났다.
“혹시 치킨 주문하셨나요?”
“어? 아니, 근데 배달 안 된다면서요?”
“그렇긴 한데요…”
남자는 치킨 배달 가방을 열며 속삭였다.
“저는 목숨 걸고 배달하는 사람입니다. 계엄령이 뭐라고 치킨의 사명을 막을 순 없죠.”
박도훈의 눈이 반짝였다. 이 남자는 치킨 배달의 전설로 불리는 이대철이었다.
도훈과 대철은 치밀한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목표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 김순호를 무력화(?)하는 것.
“경비 아저씨를 설득할 방법이 없을까요?” 도훈이 고민하자 대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치킨 한 마리면 충분하지 않겠어요?”
둘은 곧바로 치킨 한 마리를 준비했다. 그리고 경비실로 향했다.
“김순호 아저씨, 저희가 좋은 제안이 하나 있습니다.”
“뭐야? 또 어디 나가려는 거 아니지?”
“아니요. 대신… 반반 치킨 한 마리를 드릴게요. 조용히 눈 감아주시면요.”
순호 아저씨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치킨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작전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다. 치킨 냄새를 맡은 다른 주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리도 치킨 좀 나눠 먹자!"
는 아우성이 이어졌고, 결국 계엄군까지 상황을 파악하고 아파트로 진입했다.
“치킨을 위해서라면 물러설 수 없다!”
도훈과 대철은 치킨 가방을 들고 건물 옥상으로 도망쳤다.
TV에서는 다시 윤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국민 여러분, 제가 치킨 문제로 많은 불편을 끼친 것 같아 죄송합니다. 계엄령은 오늘부로 해제하겠습니다. 치킨 배달은 즉시 재개됩니다.”
다음 날, 도훈의 가족은 오랜만에 치킨 한 마리를 뜯으며 행복을 만끽했다.
“여보, 이번엔 정말 목숨 걸고 치킨을 지킨 거네?”
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치킨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야. 이건 자유의 상징이야.”
도훈은 다시 한 조각을 뜯으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다음 계엄령 때도 치킨은 반드시 지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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