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았다. 푸석푸석한 얼굴, 지친 눈, 늘어난 뱃살. 어릴 적 상상했던 ‘행복한 엄마’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삶이었을까?’ 하지만 그 순간에도 방에서 아이가 울어댔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침은 언제나 빠르게 흐른다. 알람 소리가 아닌 아이의 울음소리가 나를 깨운다. 겨우 눈을 뜨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우유를 준비하고, 잠이 덜 깬 채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를 돌보며 부엌으로 가는 길엔 장난감이 널브러져 있고, 그 사이사이 설거지와 빨래가 나를 기다린다.
남편은 출근 준비를 하며 한 마디 한다. “오늘 하루도 힘내.”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으로는 생각한다. ‘힘낼 힘이 남아 있을까?’
외출은 전쟁이다. 기저귀 가방을 챙기고, 간식과 물병, 장난감을 준비하고, 아이를 옷 입히려 하면 도망다닌다. 겨우 옷을 입히고 유모차에 태우려 하면 갑자기 변을 본다. 다시 옷을 갈아입히고 기저귀를 교체하는 동안 나의 외출 의지는 점점 사라진다.
길을 나서면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다. 슈퍼에서 카트를 밀다가 아이가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다. ‘이것도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하며 아이를 안아 올린다.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다. 하지만 울 시간도 없다.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지려 하지만, 쌓여있는 집안일을 보면 마음이 급해진다. 결국, 쉬는 시간 없이 하루를 보낸다.
남편이 퇴근 후 집에 오면 말하고 싶다. “나도 너무 힘들어.” 하지만 그가 피곤한 얼굴로 “오늘 힘들었어”라고 말하면, 나는 그 말을 삼켜버린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하루가 끝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빨래를 개고, 설거지를 하고, 내일 아이의 이유식을 준비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나는 또다시 다음날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가끔 생각한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하지만 아이가 웃으며 “엄마”라고 부를 때, 모든 피로가 순간 사라진다.
육아는 전쟁 같지만, 그 안에는 작은 기쁨들이 있다. 오늘도 나는 그 기쁨을 찾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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