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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

멜로무비 코엑스

by hoayeu 2025.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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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심,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거대한 문화공간, 코엑스. 이곳에서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스쳐 지나간다. 영화관, 서점, 카페, 그리고 사람들. 그 안에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

 

영화는 우연을 운명으로 만든다.

 

지우는 퇴근 후 홀로 영화를 보러 코엑스 메가박스로 향했다.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이 습관이었고, 누구와 함께 본다는 건 어쩐지 어색했다. 표를 끊고 팝콘을 사려는 순간, 그의 앞에 선 여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 지우씨?"

 

지우는 놀라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래전, 대학교 때 좋아했던 여자, 유진이었다.

 

"유진아? 너 여긴 웬일이야?"

 

"나? 나도 영화 보러 왔지! 혼자 왔어?"

 

지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줄을 서서 팝콘을 사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영화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쉽게 헤어지지 못했다. 오랜만의 만남이었고,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배 안 고파?"

 

유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게, 저녁을 안 먹었네. 우리 저기 가자."

 

지우는 코엑스 안에 있는 한 식당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함께 늦은 저녁을 먹으며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나눴다. 학창 시절 함께했던 순간들, 각자의 현재, 그리고 영화 이야기까지.

 

유진과의 만남 이후, 지우는 이상하게도 코엑스를 자주 찾았다. 영화도, 서점도, 카페도 그곳이었다. 혹시라도 그녀를 다시 마주칠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정말로 유진을 다시 만났다. 이번엔 영화관이 아닌, 별마당 도서관에서.

 

"어? 지우씨! 또 보네?"

 

"유진아! 너 여기서 뭐 해?"

 

"그냥, 책 보러 왔어. 근데 너야말로 왜 이렇게 자주 여기 오는 거야?"

 

지우는 잠시 망설였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혹시라도 널 다시 볼 수 있을까 해서."

 

유진은 순간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자주 코엑스에서 만났다. 영화도 보고, 서점도 가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는 더 이상 우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유진은 외국계 회사로부터 해외 근무 제안을 받았다. 그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이었다. 결국 그녀는 지우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지우야, 나... 곧 해외로 가야 할 것 같아."

 

지우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토록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언제 가?"

 

"한 달 후."

 

지우는 한숨을 쉬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이번에도 그에게 타이밍이란 것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출국을 며칠 앞두고, 유진은 마지막으로 지우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이 영화는 어때? 로맨스 영화야."

 

"좋아. 너랑 보는 마지막 영화라면, 어떤 영화라도."

 

영화가 끝나고, 두 사람은 함께 코엑스를 걸었다. 밤의 조명이 아름다웠다. 유진은 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지우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영화가 끝나도,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어. 우리가 원한다면."

 

유진은 떠났지만, 지우는 여전히 코엑스를 찾았다. 그곳에는 그와 그녀의 추억이 가득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이곳, 코엑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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