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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에 사는 42살 김민수 씨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는 아내와 두 아이, 네 식구가 함께 웃고 떠들며 저녁을 보
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지만, 점점 더 치열해지는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이 커져 갔습니다.
큰딸 은지는 중학교 2학년, 막내아들 지우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학업에 대한 부담과 친구들 간의 경쟁은 은지를
점점 지치게 했습니다. 아이의 눈 밑에 다크서클이 깊어질수록, 민수 씨와 아내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은지, 해외에서 공부하면 어떨까?”
아내의 한 마디가 그들의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민수 씨는 가족과 상의 끝에 기러기 가족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미국으로 떠나기로 했고, 민수 씨는 한
국에 남아 경제적 지원을 맡기로 했습니다. 미국에 있는 국제학교와 생활비를 감당하려면 민수 씨가 일하는 회사에서 퇴사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빠, 정말 괜찮으시죠?”
공항에서 은지가 울먹이며 물었습니다. 민수 씨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지만,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아빠는 괜찮아. 우리 가족이 잘 지내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

민수 씨는 가족이 떠난 뒤 서울 집에서 혼자 살게 되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낯설었지만, 곧 외로움이 밀려왔습니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저녁 식탁에 혼자 앉아 밥을 먹을 때면 가족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과의 영상통화는 하루의 낙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시차는 그마저도 자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아빠, 오늘 학교에서 영어로 발표했어요!”
은지의 환한 목소리에 민수 씨는 힘을 얻었지만, 통화가 끝난 뒤 고요한 방에 혼자 남으면 공허함이 찾아왔습니다.
기러기 가족이 된 이후, 민수 씨의 재정 상황은 빠듯해졌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생활비, 학비, 집세까지 감당하기 위해 그
는 야근을 밥 먹듯이 했습니다.
“이번 달엔 좀 아껴야겠네…”
회사 동료들과 점심도 거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생활비를 줄였습니다. 그러나 매달 고지서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는 커져
갔습니다.
미국으로 떠난 아내와 아이들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은지는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에 적응하느라 힘들
어했습니다.
“아빠, 영어가 너무 어려워요. 친구들이랑 대화도 잘 안 돼요.”
영상통화 너머로 은지가 울먹이는 모습을 보며 민수 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 역시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현실에 지쳤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문제, 생활 용품 구입, 자동차 수리까지… 한국
에서는 민수 씨와 함께 나눴던 일이 모두 그녀의 몫이 된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가족 간의 갈등도 생겼습니다. 민수 씨는 혼자 있는 외로움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점점 예민해졌고, 아내는
민수 씨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혼자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이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당신은 혼자서라도 쉴 시간이 있잖아! 난 하루 종일 아이들이랑 씨름해야 한다고!”
“내가 이러는 게 좋아서 그러는 줄 알아? 당신도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줬으면 좋겠어.”
서로의 상황이 다르다 보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민수 씨는 퇴근 후 방에 홀로 앉아 가족 앨범을 꺼내 보았습니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가족의 사진을 보며 그는 깨달았습니다.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 서로 조금 더 이해하고 응원해야겠어.’
그날 이후 민수 씨는 가족 간의 소통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주말마다 영상통화 시간을 정해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아내가 스트레스를 덜 수 있도록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몇 달 뒤, 민수 씨는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을 우선시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는 회사에서 장기 휴가를
신청하고, 미국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더 힘들겠지만, 가족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미국 공항에서 가족을 다시 만난 날, 민수 씨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제야 우리 가족이 다시 모였네.”
은지와 지우는 아빠의 품에 안기며 환하게 웃었고, 아내도 눈물을 흘리며 민수 씨를 안았습니다.
기러기 가족의 삶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수 씨 가족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
히 여기며 새로운 시작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가족 간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다시금 되
새기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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