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말 정산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번에 돌려받을 돈으로 여행을 계획했고, 또 다른 동료는 가족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고 있었다. 나 역시 예년처럼 몇십만 원 정도의 환급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기대는 한 통의 고지서로 산산조각 났다.
“귀하는 세금 납부 대상자로, 추가 납부 금액이 OOO,OOO원입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세금이 더 나올 리가 없는데?' 얼른 홈택스에 들어가 정산 내역을 확인해봤다. 그러나 자세히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상보다 훨씬 높은 소득세가 부과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 순간 당황스러움이 몰려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다.
회사의 인사팀에 먼저 문의를 넣었다. 담당자는 대수롭지 않게
"일단 다시 검토해보겠다"
고 했지만 별다른 확답은 주지 않았다. 주변 동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너도 추가로 내라고 나왔어? 올해 회사가 공제 시스템을 바꿔서 누락된 항목들이 많다더라.”
이야기를 들으니 나만 겪는 일이 아닌 듯했다. 동료들은 각자 의료비, 보험료, 교육비 공제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이렇게 되니 문제를 하나씩 명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본격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먼저 홈택스에 접속해 소득공제 내역을 샅샅이 확인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몇 가지 항목이 통째로 빠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의료비 공제 항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내가 낸 기부금 역시 누락돼 있었다.
‘이건 명백히 잘못됐다. 제대로 공제만 받아도 추가 납부가 아닌 환급이 나올 텐데...’
나는 다시 회사 인사팀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돌아온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시스템 상 오류가 있을 수는 있지만, 개별 공제는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졌다.
본격적인 서류 작업이 시작됐다. 의료비 공제를 받으려면 병원에서 증빙 서류를 발급받아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난관이 이어졌다. 내가 다녔던 몇몇 병원은 서류 발급에만 며칠이 걸린다고 했다. 더구나 일부 병원에서는 전산 시스템 문제로 데이터가 누락됐다고 했다.
기부금 증빙도 쉽지 않았다. 몇 년 전 기부했던 단체는 해산된 상태라 연락이 닿지 않았고, 관련 서류를 다시 받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는 회사 업무와 병행하며 매일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어느새 서류 더미가 책상 위를 뒤덮기 시작했다.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았고, 스트레스는 점점 쌓여갔다. 가족들마저 나의 예민한 태도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세금 문제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어차피 다 해결될 거 아니야?”
아내가 조심스럽게 위로했지만, 나는 짜증스럽게 대답하고 말았다.
“해결될 거라고? 지금 이런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데 그걸 어떻게 쉽게 말해?”
대화가 점점 격해졌고, 그날 밤 서로 말을 섞지 않은 채 잠들었다. 내 머릿속엔 온통 '어떻게 세금을 줄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만 가득했다.
고민 끝에 국세청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홈택스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서 만난 상담 직원은 예상보다 친절했다. 그는 내 상황을 꼼꼼히 듣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공제 항목을 조정하고 추가 서류를 제출하면 세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부금 누락 건은 해당 단체의 폐쇄 여부에 따라 예외 처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희망이 생겼다. 나는 즉시 필요한 서류들을 다시 제출했고, 며칠 후 추가 공제 항목이 인정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추가 납부 금액은 크게 줄어들었고, 오히려 소액의 환급금까지 받을 수 있었다.
세금 문제가 해결되자 마음의 짐이 한꺼번에 풀렸다. 그동안 스트레스로 인해 가족들과도 다투고, 업무에서도 집중력을 잃었던 것들이 모두 후회로 다가왔다. 나는 가족들에게 사과하며 다시금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회사 동료들과도 이번 사건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우리는 회사에 연말 정산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제안을 정식으로 제출했다. 다음 해부터는 비슷한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제 연말 정산이 다시 다가와도 겁내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나는 세금에 대해 더 많이 배우게 됐고, 철저한 준비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깨달았다.
몇 년 후, 연말 정산 시즌이 또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예전처럼 두려움이 없었다. 필요한 서류들은 미리 준비해뒀고, 모든 공제 항목을 꼼꼼히 챙겼다. 고지서가 도착했을 때, 예상했던 대로 환급 통지가 나왔다. 나는 미소 지으며 가족들과 회식을 하며 올해를 마무리했다.
세금 문제로부터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단순했다.
"준비된 사람에게 세금은 더 이상 공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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