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글

폭설과 돼지 농장의 재난

by hoayeu 2025. 2. 8.
반응형

 

 

2월의 어느 날,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평소 같으면 하늘 높이 떠 있는 해가 흐린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농장주 박영철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던 겨울이 갑자기 매서워지는 것에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민수야! 오늘 날씨가 이상하다. 동물들 상태부터 점검하자.”

 

아들 민수는 재빨리 두툼한 외투를 입고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농장 곳곳에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곧 폭설이 될 것처럼 보였다. 돼지 우리로 들어선 두 사람은 돼지들이 평소와 달리 불안하게 울어대는 것을 발견했다.

 

“아빠, 돼지들이 뭔가 불안해 보여요.”

 

“그러게 말이다. 기압이 갑자기 낮아졌나? 동물들은 우리보다 먼저 변화를 감지하니까, 지금부터 대비해야겠다.”

 

하지만 폭설은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몇 시간 만에 농장 주변은 눈으로 완전히 덮였고, 전력도 끊어졌다. 아침까지만 해도 흐린 하늘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는 시야가 전혀 보이지 않는 눈보라가 되어 있었다. 박영철은 무전기를 들어 구조 요청을 시도했으나, 신호가 닿지 않았다.

 

“민수야, 지금부터 비상 상황이다. 돼지사료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비축 물품을 점검하자. 우리가 언제까지 고립될지 모르니까 최대한 절약해야 해.”

 

두 사람은 돼지들이 있는 우리로 다시 향했다. 돼지들은 추위와 배고픔으로 점점 더 소란스러워졌다. 사료 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돼지들을 진정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돼지들은 울음소리만으로도 농장 전체에 불안감을 조성했다.

그때 민수는 돼지 한 마리, ‘뭉치’가 다른 돼지들과 달리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빠, 뭉치가 뭔가 다른 것 같아요. 얘는 침착해 보여요.”

 

박영철은 뭉치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은 특별하네. 돼지들 중에서도 리더 격인 애들이 있긴 하지. 얘가 다른 돼지들을 안정시키도록 해보자.”

 

뭉치의 존재는 돼지들을 진정시키는 데 의외로 큰 도움이 되었다. 박영철과 민수는 한숨 돌리며 농장의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앞에 또 다른 위기가 닥쳐왔다. 눈이 계속 쌓이면서 농장 지붕이 무너질 위험이 생긴 것이다.

 

“민수야, 우리 빨리 지붕을 보강해야겠다.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건물이 위험할 수도 있어.”

 

두 사람은 설원 속을 뚫고 외부 창고로 향했다. 강풍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민수는 잠시 중심을 잃고 눈 속에 빠졌다. 아버지가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

 

정신 차려라, 여기서 쓰러지면 큰일 난다!”

 

그렇게 겨우 지붕을 보강한 뒤 돌아온 그들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돼지들 사이에서 전염병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몇 마리가 식욕을 잃고 움직이지 않자, 박영철은 급히 동물의약품을 찾았다. 그러나 폭설로 인해 외부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빠,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민수야, 포기하면 안 된다. 우린 이 농장을 지켜야 해. 돼지들도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잖아. 조금만 더 힘내 보자.”

 

그 순간, 멀리서 희미한 구조 신호음이 들려왔다. 마침내 구조대가 접근하고 있는 듯했다. 민수와 박영철은 설원을 향해 손을 흔들며 신호를 보냈다. 구조대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폭설 속에서의 긴 여정이 끝나가는 듯했다.

 

구조대가 도착한 후에도 돼지들의 전염병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역 수의사와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돼지들을 치료하고, 농장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폭설이 그친 후 농장은 서서히 복구 작업에 돌입했다.

 

이 경험을 통해 박영철과 민수는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무서움을 깊이 깨달았다. 돼지들 역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건강을 되찾았다. 그들은 농장의 중심에서 뭉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민수야,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우리가 정말 많은 걸 배운 것 같구나.”

 

“네, 아빠. 이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우리가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농장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고, 박영철과 민수는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겨울은 혹독했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희망과 연대를 발견했다.

 

반응형

'창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상치 못한 세금 문제  (1) 2025.02.08
서류 한 장의 운명  (1) 2025.02.08
지옥의 치과 ..딸아이의 고문..시작된날..  (1) 2025.02.08
새로운 시작을 위한 희망  (3) 2025.02.08
폭설 속에 갇힌 자의 기록  (3) 202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