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휴대폰 알람이 경적 소리처럼 울려댔다.
"아... 또 출근이네."
이름은 강철수, 나이 마흔둘. 직업은 대형 화물 트레일러 운전사다. 새벽부터 일어나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눈을 뜨는 게 전
쟁이다. 반쯤 감긴 눈으로 화물차 키를 확인하고, 터질 듯한 트럭용 보온병에 커피를 채운다.
"오늘도 한잔 하면서 시작해볼까."
오래된 다마스보다도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내며 트레일러가 깨어난다.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거대한 차체를 움직이는 순간, 하루의 시작이 느껴진다.
트럭 운전기사의 하루는 일반적인 직장인의 하루와 다르다.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도로 위의 각종 변수다.
첫 번째 관문은 출근길의 승용차들.
"저기요, 아저씨. 저 트럭이 그냥 가는 게 아니라 20톤 화물을 싣고 있는 거라고요!"
바쁜 출근길에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차선 변경을 한다고 깜빡이를 켜면, 승용차들은 오히려 더 속도를 내며 달려든다.
"트레일러가 급정거하면 뭐가 되는지 아세요? 화물도 덩달아 날아가요!"
철수는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만, 가끔 초보 기사들은 화물을 싣고 브레이크를 잘못 밟아 차선을 넘어가는 일도 있다. 그러니 도로 위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화물 운송에서 중요한 건 휴식이다.
"형님, 여기 소머리국밥 맛집이라는데 가보실래요?"
같은 노선을 타는 후배 기사들과 무전을 통해 소통하며 맛집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트럭 기사들만의 특권이다.
철수가 차를 세운 곳은 유명한 휴게소였다.
“어서 오세요! 소머리국밥 하나 추가요?”
국밥을 한 숟가락 뜨며 허기를 달랜다. 휴게소에 모인 기사들은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지난번에 철수 형님이랑 같이 갔던 공사장 있죠? 거기서 컨테이너를 잘못 내렸다가 다들 난리 났다니까!"
"이야, 진짜 운전 잘해야 하는구나."
서로의 경험담을 공유하며 트럭 운전사 특유의 연대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끝이 아니다.
"자, 이제 하역 작업 들어갑니다. 조심하세요!"
화물을 내리는 과정에서 작은 실수라도 생기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하역하는 동안 철수는 미세한 소리까지 신경을 곤두세운다. 트레일러 문을 여는 순간 쏟아지는 먼지와 기름 냄새, 그리고 거대한 기계음이 들려온다.
"철수 형님, 오늘도 무사히 마무리하시죠!"
큰일 없이 화물을 내리고, 서류를 작성한 후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한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형님, 졸음운전 조심하세요."
후배의 무전이 들려온다. 철수도 졸음이 몰려올 때가 있다. 하지만 프로 기사라면 졸음운전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씹던 껌을 다시 씹으며 창문을 살짝 열어 찬바람을 맞는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도로 위, 트레일러가 다시 길을 나선다. 도로를 가르며 철수는 속으로 되뇐다.
'이 길 위에서 나의 하루가 지나간다.'
내일도 같은 길을 달리겠지만, 트럭 운전사의 하루는 늘 예측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이 이 직업의 매력이기도 하다.
"자, 이제 집에 가서 한잔 해야지!"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친 철수는 묵직한 트레일러를 세우며 미소를 짓는다.
이것이 바로 도로 위를 달리는 사나이, 트레일러 기사 강철수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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