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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

허리디스크 - 통증에 무너진 하루 II오디오북II

by hoayeu 202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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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작은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해나’는 어릴 때부터 빵과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유명 제과학교를 졸업한 뒤 20대 초반부터 부단히 노력해 지금의 가게를 열었고, 하루종일 오븐 앞에 서서 반죽을 치대고 케이크를 데코레이션했다. 그러나 늘 몸을 앞으로 숙이거나, 무거운 재료를 들어 나르는 등 허리 사용이 과도했다. 어느 날부터 서서히 허리에 통증이 스며들기 시작했지만, 가게 운영으로 바쁜 해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다.


 

 

어느 겨울 아침, 구운 빵을 오븐에서 꺼내려 허리를 숙이다가 해나는 허리에 깊은 통증이 밀려드는 걸 느꼈다. 마치 허리가 삐걱하며 움직이는 것 같았고, 이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통증이 극심해졌다. 병원을 찾은 해나는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고 있어 즉시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잠시 일을 쉬고 치료에 집중해야 합니다. 무거운 것 절대 들지 말고, 허리를 구부리는 자세를 삼가야 해요.”

 

하지만 해나는 ‘이 작은 카페를 혼자 지켜야 하는데, 어떻게 일을 쉬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마침 가게도 한창 잘 되기 시작하던 시기라,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그러나 의사와 물리치료사의 지속적인 권고에, 결국 해나는 과감히 가게 영업 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오전에 필요한 빵을 미리 구워 카운터에 내놓고, 오후 한두 시간 정도만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남은 시간에는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거나 재활운동을 하며, 허리 건강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물리치료실에서 처음 받은 초음파, 온열팩, 전기 자극 치료는 생각보다 편안했고, 긴장했던 근육이 조금씩 이완되는 걸 느꼈다. 하지만 본격적인 재활운동을 시작하자, 해나는 자신이 얼마나 허리를 혹사해 왔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 브릿지: 등을 대고 누워 무릎을 세운 뒤 엉덩이를 살짝 들어올리는 자세. 단순해 보이지만, 초반에는 허리가 뻐근해 5초도 버티지 못했다.
  • 가벼운 밴드 운동: 허리를 바로 세우고 밴드를 양손으로 당겨 등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어깨와 등 근육을 쓰다 보니 자세가 안정되고, 허리 부담이 덜하게 느껴졌다.

“무거운 반죽 그릇을 계속 들고 옮겨온 것 자체가 허리에 큰 무리였어요. 이제는 코어 근육을 길러서 허리가 받는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물리치료사의 말에 해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매일 조금씩 운동을 늘려갔다.


 

가게 영업을 완전히 쉴 수는 없었던 해나는, 재활과 업무를 병행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안했다.

  1. 작업대 높이 조절: 허리를 숙이지 않고 작업할 수 있도록 테이블 다리에 작은 받침대를 달았다.
  2. 재료 분할: 큰 반죽 대신, 여러 소량의 반죽을 만들어 무겁게 들 필요가 없도록 했다. 필요하면 반죽기 바닥에 바퀴를 달아, 들지 않고 굴려 이동했다.
  3. 의자 활용: 장시간 서 있으면 허리에 부담이 커지니, 반죽이 휴지(휴식)되는 시간마다 의자에 앉아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이 작은 변화들이 쌓여, 해나의 허리에 가해지는 무리가 이전보다 현저히 줄었다. 빵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며도 몸을 아끼는 방법을 모색한 덕분이었다.


 

처음에는 통증이 살짝 줄어들어 희망이 보이는 듯했지만, 작업량이 많은 날엔 여지없이 허리가 다시 욱신거리곤 했다. 특히 손님이 몰리는 주말 오후는 여전히 가게에 서서 일해야 했기에, 월요일이 되면 통증이 심해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해나는 ‘괜찮아지다가도 다시 아파지네. 이러다 결국 수술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빠졌다. 하지만 물리치료사는 “통증 주기는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서서히 길어지거나 완화되는 방향으로 간다”고 재차 설명했다. 차트에 통증 빈도와 강도를 기록해 보니, 생각보다 조금씩 호전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카페를 즐겨 찾던 단골손님들은 해나가 허리 통증으로 영업 시간을 단축했다는 소식을 듣고,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빵 맛이 그리워서 왔어요. 몸은 좀 어떠세요?” 하고 물을 때마다 해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아침엔 가벼운 운동도 하고요.”라며 웃어 보였다.

청소나 정리 같은 가벼운 업무를 도와주려는 지인들도 하나둘 생겼다. 때론 단골손님이 “오늘은 제가 홀 청소도 할게요!”라며 자원해 주기도 했다. 이런 응원들은 해나가 재활에 더욱 전념할 수 있는 의지를 북돋았다.


 

석 달여가 지나자, 해나는 허리 통증이 예전처럼 심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아침에 일어나도 허리가 욱신거리는 대신 가볍게 ‘뻐근하다’ 정도였고, 재활운동으로 코어 근육이 조금씩 생겼는지, 무거운 것만 피한다면 일상적인 제빵 작업을 큰 통증 없이 해낼 수 있게 되었다.

  • 브릿지 30초 유지: 처음 5초도 버티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3세트 정도 문제없이 가능해졌다.
  • 체중 분산 습관: 무거운 오븐 트레이를 다룰 때 허리 대신 무릎과 다리에 힘을 주는 법을 터득했다.

가게를 전처럼 활기차게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영업시간도 서서히 원래대로 복귀했다. 해나는 과거처럼 무턱대고 빵만 굽는 것이 아니라, 시간표를 짜서 업무량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했다.


 

허리디스크는 해나에게 큰 고통이자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그동안 한없이 혹사해 왔던 몸을 돌보는 법을 배웠다. “재료 하나, 동작 하나도 내 몸에 부담을 주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 가게 운영 방식도 한층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선 내가 무조건 고생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지금은 내 몸을 아끼면서도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배웠죠.”

 

가게 단골들은 해나의 건강한 웃음과 정성이 깃든 빵을 좋아하고, 해나는 이제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한다. 또, 고객들에게도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고 가세요. 허리는 소중한 거랍니다!”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조언을 건넨다.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해나와 평생 함께 갈 수도 있는 ‘파트너’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파트너와 잘 지내는 방법을 익혀,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도 아침마다 향긋한 빵을 꺼낼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작은 베이커리에는 항상 부드러운 빵 향기와 함께, 그녀가 지켜낸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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